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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길에서 삐끗했을 뿐인데, 그냥 두면 후유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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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나 비가 온 길을 걷다 보면 미끄러워 발목이 접질릴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추운 날씨 탓에 근육이 긴장돼 약간 '삐끗'하기만 해도 다른 계절보다 발목 염좌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115만 명이었던 발목 염좌 환자 수는 2023년 146만 명으로 약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좌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상대적으로 신체 활동량이 많은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발목 염좌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계속 발목이 고정되지 않는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연골 손상, 심하게는 퇴행성 관절염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발목 염좌 대처 방법을 알고 후유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도부터 3도까지…상태별로 분류되는 발목 염좌
염좌는 외상으로 인해 인대 및 근육이 손상되는 것이다. 발목 염좌 발생 시 걷기 힘든 통증이 발생하며 발목에 힘이 빠진다. 심한 경우 인대가 끊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후 피부 속에서 피와 체액이 고이면서 복숭아뼈 쪽이 부어오른다.

발목 염좌 80%는 발목 바깥쪽 인대가 손상되는 경우다. 바깥쪽 인대는 세 가지 인대로 구성돼 있다. 발목을 삐끗했을 때 관절 각도에 따라 손상되는 인대가 달라질 수 있다. 발목 염좌는 이 세 인대의 손상 정도에 따라 △1도△2도△3도로 분류한다. 1도부터 3도 염좌까지 각각 상태와 증상은 다음과 같다.

1도 염좌
인대가 파열되지는 않았지만, 인대를 이루는 섬유나 주변 조직에 미세 손상이 있는 상태다. 손상 부위가 부어오르고 통증이 발생한다. 관절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

2도 염좌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된 상태다. 파열된 부분이 넓을 경우 인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발목 관절이 고정되지 않아 불안정하다.

3도 염좌
인대는 뼈에 붙어 있는 조직이다. 발목 염좌가 발생하면 인대가 끊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뼈 일부가 인대와 함께 떨어져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를 건열 골절이라고 한다. 3도 염좌는 건열 골절이 발생하거나 인대가 2개 이상 완전히 파열된 경우를 가리킨다.

급성 염좌 발생 시 'rice'를 기억하세요
발목 염좌로 내원하면 우선 진찰을 통해 △손상 부위가 부었는지 △멍이 있는지 △인대 조직을 눌렀을 때 통증이 있는지 확인한다. 골절이나 탈골 여부는 x-ray 촬영을 통해 확인한다. 정밀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 △초음파 검사 △ct △mri 등을 진행한다.

발목 염좌로 진단되면 초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rice 치료법'을 적용한다. rice 치료법이란 네 가지 영어 단어 △rest △ice △compression △elevation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먼저, 휴식(rest)은 손상 부위의 산소 요구도를 줄이고 혈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을 뜻한다. 얼음(ice)찜질도 손상 부위의 산소 요구도를 줄이며 혈관을 수축시켜 내부 출혈을 억제한다. 20~30분간 하루 3~4회 찜질하는 것이 적당하다. 얼음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얼음주머니를 이용하면 동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내부 출혈을 억제하고 인대가 회복될 수 있도록 2~3주간 발목을 압박(compression)한다. 깁스, 보조기 착용, 테이핑 등 다양한 압박 수단 중 환자 상태에 맞는 것을 선택해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발목을 가능한 심장보다 높이 올린(elevation) 상태를 유지한다. 부기가 가라앉는 데 도움되기 때문이다.

인대 안정성을 회복하고 나면 오랫동안 발목이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발목이 정상 상태처럼 유연하지 않다. 이때부터 2~3주간 재활 치료를 통해 발목 관절 운동 범위, 근력 및 유연성을 회복한다. 발목 가동 범위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발목 강화 운동을 시작한다. 이때 발목 바깥 부분을 잡아주는 근육인 '비골근'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활 치료를 진행했는데도 인대가 회복되지 않아 뼈를 정상적으로 붙잡아주지 못하면 발목 관절이 계속 덜컹거리는 만성 발목 불안정증이 생긴다. 중앙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박승환 교수는 "발목 불안정증이 지속되면 관절이 악화돼 퇴행성 관절염이나 거골 골연골성 병변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존적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차도가 없을 때는 파열된 인대를 봉합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아리∙발목 유연성 기르면 염좌 예방에 도움
발목 염좌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발목 주변 근력을 유지하고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다. 박승환 교수는 "재활 치료 시 수행하는 운동 등이 염좌 예방에 필요한 내용과 같다"며 "종아리와 발목 유연성이 부족하면 뼈 위치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므로 평상시 스트레칭을 잘 해주고 비골근 등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탄력 밴드를 사용하면 집에서도 간단히 비골근 강화 운동을 할 수 있다. 운동 전에는 충분한 준비 운동으로 근육 긴장을 풀어주어야 한다. 외출 시에는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도 발목 염좌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도움말 = 박승환 교수(중앙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전문의)